하늘재∼마패봉∼고사리(11.5㎞)

5월은 계절의 여왕이자 신록의 달이다. 수필가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며 5월의 신록을 예찬했다.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을 맞아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은 지난 14일 제32차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구간은 하늘재∼탄항산∼마패봉∼조령 3관문∼고사리로 이어지는 11.5㎞로 산행 들머리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로 넘어가는 해발 525m 고갯마루(하늘재)이다.

아침 햇살을 잔뜩 머금은 신록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하늘재에 모인 여든일곱 명의 S&T 가족은 박광호 등반대장의 힘찬 구호에 따라 스트레칭을 마치고 서쪽 낙엽송 숲 속으로 길을 잡았다. 코끝에 전해져오는 향긋한 풀 내음이 싱그럽다. 이곳 하늘재는 신라의 아달라왕이 북진 개척을 위해 뚫은 역사상 최초의 고갯길로 알려진 곳이다.

숲길을 따라 20분 남짓 올랐을까 거대한 모래더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도 모래산(766m)이다. 거대한 암석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모래(마사토)로 변한 것이다. 색다른 풍경이었다. 한 차례 내려섰다가 오르면 돌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석문이 나타나고 이어 선바위가 종주팀을 반긴다.

바위지대를 지나 구간 첫 번째 봉우리인 탄항산(월항삼봉·856m)에 오르는 동안 좌측으로 펼쳐진 주흘산의 멋진 풍광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미륵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자 비교적 넓은 공터가 있는 평천재에 당도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일행 5명이 비교적 완만한 코스로 방향을 잡고 내려갔다. 산행 중에는 누구나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는 것은 금물이다.

평천재에서 주흘산 삼거리 구간은 급경사로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주흘산 삼거리에서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90도 꺾어진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양쪽으로 펼쳐진 멋진 풍광은 눈을 즐겁게 한다. 철 계단과 난간으로 이어진 대간 길은 다소 지루할 것 같은 산행을 흥미롭게 한다.

웅장한 암벽 하나가 종주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부봉(916m)으로 대간 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시간이 허락하면 다녀오는 것도 좋지만 앞선 구간에서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왕복 40∼50분 걸리는 관계로 종주팀은 동암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리막길을 따라 20여 분 정도 내려서면 옛 성터의 흔적이 남은 동암문이 나온다. 준비한 간식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조령산성의 흔적이 뚜렷한 능선을 따라 769봉과 764봉을 거쳐 구간 최고봉인 마패봉 아래 북암문에 이른다.

종주팀은 이곳 북암문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성곽을 따라 계속되는 경사길을 올랐다.

마패봉까지는 수많은 나무·돌 계단이 이어진다. 산림 훼손 방지와 등산객 보호 차원에서 계단을 만든 것은 좋은 데 주먹구구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계단 높이가 일정하지 않아 몸이 느끼는 피로도가 너무 컸다. 나무·철 계단과 씨름한 후 조그마한 돌탑을 지나자 마패봉(927m)에 올랐다.

간간이 불어오는 능선 바람에 땀을 훔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정상석 두 개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괴산군에서 설치한 정상석에는 마패봉의 높이가 927m로 표기된 데 반해 월악산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설치한 정상석엔 920m라고 적혀 있었다. 불과 7m 차이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국가기관의 행정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찜찜했다.

마패봉에서 조령 3관문까지는 급경사 내리막길로 특히 비가 오거나 겨울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더욱 힘을 주며 20분 남짓 내리막길을 따라 조령 3관문에 도착했다.

약수 한잔에 산행 피로를 달래고 목적지인 고사리까지 5월 햇살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지난 31차 산행 때 동료와 막걸릿잔을 나눈 곳에서 다시 회포를 풀며 무사 산행과 다음을 기약하는 건배가 이어졌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이번 산행으로 동료·아버지가 많이 생겼죠"

                                                                        S&T저축은행 박정현 대원
 
여든일곱 명이 무리 지어 오르는 산행이라 긴장된다.

그래도 아버지가 S&T그룹 백두대간 종주 대원이신지라 마음이 든든하다. 평소 아버지께 전해들은 백두대간 이야기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버스에 오른 지 3시간쯤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 내가 오를 산의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 내가 오를 산…휴~ 완전 힘들겠구나.' 산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근심 걱정이 밀려온다. 하늘재에 도착해서 등반대장님의 구호에 맞춰 몸을 풀고 주의사항을 듣는다. "S&T We Can Do It" 87명이 함께 외치는 우렁찬 구호에 근심이 조금은 날아간다.

산에 오른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았는데, 헉헉대는 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들린다. 나한테서 나는 소리다. 다리도 후들후들 풀린다. 벌써 힘들어하는 나에게 실망이 크다.

그래도 옆에서 "다 왔다. 힘내!"를 외쳐주는 동료가 있어 힘이 난다.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털어준다. 고개 들어 바라본 맞은편 산자락의 깎아지른 듯한 절경. '멋지다!'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뒷산 오를 때와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한마디로 '시~원하다!' 이 맛에 아버지와 백두대간 종주대원이 매번 산을 오르시는 것이리라.

이번 산행은 계단이 많고 가팔랐다. 하지만, 동료와 아버지, 아버지 동료와 함께해서 힘낼 수 있었다. 오고 가는 막걸리 덕분에 동료와 아버지가 많이 생겼다. "다음 산행도 또 함께해요. S&T We Can Do It 파이팅!!"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완등…팔불출이라 해도 내가 자랑스럽다" 

                                                                          S&T중공업 강민승 대원

'백두대간 종주' 이 얼마나 가슴 뛰게 하는 단어인가? 월악산 구간에 참가신청을 했지만 나에게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2년 전 지리산 종주를 무리하게 감행해 오른쪽 무릎 연골이 손상되어 수술을 한 것이 그것이다. 수술 뒤로 산행을 한 적이 없어 걱정이 되었다. '그래 한번 도전해 보는 거야' 결심을 하고 나니 마음이 가다듬어지고 설레기까지 했다.

D-DAY! 오전 4시 50분 서울에서 5명이 출발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시원스레 새벽을 가르니 어느덧 문경새재 IC에 도착한다. 창원에서 출발한 버스와 합류해 하늘재 입구에 도착.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탄항산 기슭에서 만난 노루에 놀라며 숨을 고르기 몇 번. 탄항산 정상을 지나 다다른 평천재. 이름 모를 야생화와 만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는 보라색 꽃잎을 내려놓고 연둣빛 고운 손을 내민다.

주흘산 갈림길을 지나 암릉 지역을 통과하니 산 허리는 기암괴석, 발아래 펼쳐진 풍광은 장관 그 자체다. 파스텔톤 연둣빛 양털구름이 첩첩 산골짜기를 덮고, 엷은 안개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속세를 거부하는 듯하다. 정신이 혼미하여 도통 기억이 없다. 내 다리로 오른 것 같지가 않다. 반 시체가 되어 조령 제3관문까지 도착하니 세상이 다 내 것인 것만 같다.

월악산 구간 종주 완등!! 남들이 팔불출이라 해도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신 백두대간 종주 대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특히, 아름다운 영상을 담고자 남보다 서너 배 뛰어다니신 촬영담당 대원께 큰 박수를 보낸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백두대간 파이팅!! S&T 파이팅!!"